PIUN 피운
조명의 밝기와 인테리어 사진 / 입주 후 인테리어 사진 촬영
조도
인테리어 사진 촬영을 위해서 조명의 밝기를 디자인할 필요는 물론 없겠죠! 하지만, 만약 사진작가가 인테리어 사진을 예쁘게 촬영하기 위해 실내를 디자인한다면 조명의 밝기를 분명 디자인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리고 어떻게 조명을 디자인할까요?


DR 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Dynamic Range, 동적 영역이라고 변역되지만, 일반적으론 번역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다이내믹 레인지'라고 소통합니다. 짧게 이니셜만을 말해서 '디알(DR)'이라고도 합니다. DR이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생소하게 느끼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HDR이라는 표시를 보신 적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한 번쯤 본적도 있고, 사용해본 경험도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진가는 빛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죠? 무조건 밝다고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빛이 풍부한 것은 촬영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지만, 고르게 분포한 빛을 선호합니다. 특정 부분이 지나치게 밝다면 아무리 풍부한 빛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촬영 환경일 수 있습니다.

DR
DR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범위를 말하는데요. 위의 사진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밝은 곳을 찾아볼까요? 창문 밖과 실내조명이 매우 밝은 영역일듯합니다. 어두운 곳은 실내 복도 쪽이 어둡겠네요. 이 사진은 촬영 후 후보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완한 사진이기 때문에 비교적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러한 현장 환경은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상당히 커서 촬영하기에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이렇게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큰 환경을 감당하기 힘들어합니다. 즉, 아주 밝은 곳과 아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만족할 만큼의 세부 표현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걸 어려워합니다.


이번 아파트 현장은 매우 예쁘게 인테리어가 잘 마무리된 실내였지만, 조명의 밝기가 상당히 강했던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았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눈은 실내공간을 전체를 한 번에 바라보지 못합니다. 한곳을 바라보게 되고, 보는 곳마다 즉각적으로 노출을 맞추어 사물을 바라봅니다. 바라본 공간을 조합해서 전체라고 인지하게 되는데요. 카메라는 사각형 틀에 한 번에 촬영하기 때문에 이렇게 노출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아주 밝은 부분과 아주 어두운 부분의 적정 노출을 동시에 맞추는 걸 힘들어하게 됩니다.

사진작가는 어떻게 조명을 디자인하고 싶을까요?
그렇다면 사진작가는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 시공된 환경을 밝다는 이유로 선호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 사진작가는 어떻게 조명을 디자인하고 싶을까요? 디자인을 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은 공간에서 밝음과 어둠의 차이를 줄이는데 신경을 쓸 겁니다. 지나치게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를 줄이려고 애쓸 것이고, 간접 조명에 대한 디자인과 메인 조명에 대한 디자인도 상당히 달라질 겁니다. 아마도 상당히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완성될 것 같은데요. 조명의 밝기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간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겁니다. 가장 밝은 부분은 오히려 조명으로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조명의 색에도 상당히 민감할 겁니다. 자연광의 색온도와 실내 등의 색온도를 고려하고, 벽과 천정 바닥재의 색상까지도 고려하게 될 겁니다. 또한 실내 등을 켜지 않고도 최대한 자연광을 활용해서 실내를 밝히는 방법까지도 디자인하게 될 것 같아요. 물론 실내 등이 매우 자연스럽게 자연광의 역할을 보조해 주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겠죠. 공간에서 뿜어내는 빛의 강/약, 색(color), 빛의 방향과 광질(Quality of light)까지도 고려하게 될 겁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위한 사진교육을 하는 이유?
아마도 사진작가가 디자인한 인테리어 공간을 촬영하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맘에 드는 바닥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가구를 아무 색이나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순간 실내를 장식하게 될 소품들까지도 구조와 색에 대해서 제한된 범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위한 사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공간 디자이너가 실내 공간을 디자인한다면 그 공간은 빛의 향연이 될 것이고, 그 공간은 전문 인테리어 사진작가가 아니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멋진 실내 사진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완성된 공간을 사진 촬영하는 일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와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고 싶어집니다. 그런 공간은 사진만 예쁜 것이 아니라, 눈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고, 휴식이 있는 감성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예쁘지만 어려운 공간
이번 포스팅에선 상당히 예뻤던 실내 디자인이었지만, 사진 촬영엔 다소 까다로운 공간을 소개했습니다. 사진을 하다 보니 모든 공간은 빛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빛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나면 설레고,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흥분하게 되죠. 실내 공간을 주로 촬영하지만, 빛이 아름다운 공간을 직접 디자인하고 싶은 욕망은 늘 마음속에 있습니다. 사진 작업은 늘 공간 속에서 빛과 최적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하니,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실내조명도 자연광처럼 변한다면? Kinetic artificial light
실내 등을 켜면 빛은 더 이상 변하지 않죠? 낮에는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을 감 잡습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빛이 변하기 때문이죠! 퇴근 후 집에 들어와서 실내 등을 켭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우리는 시계를 보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라고 생각하고 잘 준비를 하기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잘 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죠? 퇴근했을 때의 실내 등과 잠잘 때의 실내 등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지 않으면 낮처럼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내 등이 자연광처럼 변한다면 어떨까요? 재미있겠죠? 퇴근 후에 실내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이 변하고 빛의 경질도 조금 달라진다면요? 우리는 낮에 창가에서 책을 읽는 것처럼, 실내 등을 켜고서도 시간의 변화를 느끼며 책을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냥 재미있는 디자인일 수도 있겠지만, 플랫(flat) 한 사진은 지루함을 주고, 지나치게 콘트라스트가 높은 사진은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자연광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느끼죠~. 태양빛 아래에서 우리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선 어떨까요? 항상 일정한 조도로 빛을 밝혀주는 실내등 아래는 지루합니다. Tv가 있는 벽 아래의 강한 간접조명은 지나치게 콘트라스트가 강해서 우리 눈을 자극합니다. 은은하지만 움직임이 있는 빛이 실내 등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지루하지 않게 자연광의 흐름을 느끼면서, 휴식할 수도 있고, 무언가에 집중에서 일을 하기에도 자극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는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업실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작품엔 움직임이 필요해!" 우리의 실내 등에도 움직임이 있다면 어떨까요?